세계의 끝 여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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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를 바라봐온 십대, 현실과 싸웠던 이십대라면, 삼십대는 멈춰서 자기를 바라봐야 할 나이다.
이젠 좀 솔직해져도 괜찮은 나이다. 축하를 위해 세 잔의 맥주를 마시자.
* 아이누들에게 수사가 모두 일곱 개밖에 없다는 사실처럼 내가 마음에 둬야만 하는 것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바다로 향하던 길에 들른 작은 문학관에서 우리는 아이누란 사람을 뜻한다는 걸,
그러니까 사람에게 아주 많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 무슨 일인가 일어난다. 그리고 그 순간, 예전으로는 되돌아 갈 수 없다.
그게 바로 내가 아는 리얼리티다.
* 좋은 술과 후회 없는 인생이란 그런 풍토에서 빚어지는 것.
술과 인생은 무더운 여름날 꺼내놓은 생선과 같으니, 그 즉시 음미하지 않으면 상해버리고 만다.
* 결국 인생이란 리 선생의 공책들처럼 단 한 번 씌어지는 게 아니라 매순간 고쳐지는 것,
그러니까 인생을 논리적으로 회고할 수는 있어도 논리적으로 예견할 수는 없다는 것.
* 그건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일과 비슷하다.
신뢰가 가지 않고, 야비하고, 잔인하기까지 한 여자라고 해도 상관없다.
그 여자 때문에 상처란 상처는 다 받고 있는데도 그녀를 사랑하고 또 원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와 복싱의 관계가 그와 같다.
* 우리의 소원은 자고 싶은 만큼 충분히 늦잠을 자고,
얘기하고 싶은 만큼 충분히 얘기하고, 읽고 싶은 만큼 충분히 책을 읽고,
수영하고 싶은 만큼 충분히 수영하고, 취하고 싶은 만큼 충분히 취하고, 사랑하고 싶은 만큼 충분히 사랑하는 일이었다.
단편 소설집을 읽다보면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들도 만나게 된다.
이 소설집에 담긴 아홉가지 이야기는 내가 이해 하든, 이해하지 못하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었다.
특히 좋아하는 건 아래 두 소설.
평생 한 가지 이야기를 몇 번이나 다른 형식으로 고쳐쓰고자 하는 리선생의 이야기가 담긴
<웃는 듯 우는 듯 알렉스, 알렉스>는 내가 써보고 싶은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들었고
<달로 간 코미디언>은 여운이 많이 남는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김연수는 이 소설로 황순원 문학상을 받았다.
이런 소설을 눈여겨 보는 상이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다.
이 상을 받은 다른 소설들은 어떤 아름다움이 있을지 기대된다.
# 참고 :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