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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에게 듣고 싶은 말 본문

Book Reviews

언젠가 너에게 듣고 싶은 말

miao 2016. 1. 3. 12:27


언젠가 너에게 듣고 싶은 말
국내도서
저자 : 임수진
출판 : 달 201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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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때 같은 반 친구였던 주근깨 소녀가 했던 명언이 있다. 

  "나는 이상한게, 진짜 예쁜 애들은 별로 안부럽고, 나랑 비슷한데 나보다 조금 더 예쁜 애들은 그렇게 부럽더라."

  다시 말해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조금은 있어야 부러운 마음도 생기는 것 같다. 


* 의식 하든 의식하지 않든, 노래할 때는 진짜가 나온다. 

  진짜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건 지나치게 노력한 탓에 몸이 긴장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은 성격 자체를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내가 가지지 않은 것을 가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 아닌 그들의 감정적 폭발력, 빛나는 생기, 멋들어진 카리스마, 눈웃음치는 듯한 애교, 

  그 모든 가치들을 내가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는 것이 아니다. 사랑스럽다. 다만 내 것이 아닐 뿐. 

  그게 내 것이 아니라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또 엄청나게 비극적인 일은 아니지 싶다. 


* 모두가 볼 수 있지만 제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컵의 틈새에 있는 음영이 컵에 따라 얼마나 짙은지 혹은 연한지, 

  노을 질 때 구름 색깔이 어제와 오늘 어떻게 다른지, 

  매일 보는 사람의 코나 입의 선이 어떻게 구부러져 있는지, 

  의식하지 않으면 눈으로 보지 않는다. 머릿속에 이미 있는 기억 속 영상으로 본다. 


* 짝사랑이라면 꽤 해보았다. 그 비참함은 필설로 형용 못한다. 

  나도 아련 돋게 멋있게 쓰고 싶은데 돌아보면 별로 멋있지 않다. 참말로,  


  힘들제. 니 맘 안다.

  됐다. 아무도 모른다.

  의 대화와 같다.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다 알지만 아무도 모른다.


* 영향은 돌고 돈다. 짝사랑이라면 어때. 

  꼭 그 사람한테 직접 닿는 영향이 아니면 어때.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우리가 모르는 방식으로, 우리는 닿아 있을 텐데. 


* 한 다리 건너서 닿는 건 아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짝사랑에 대해서 뭘 모르고 있는 것이다. 

  나는 로맨티스트다. 짝사랑이라면 좀 해봤다. 


* 남자한테 정신 팔려서 대단한 일을 하지 못했다까지 가기 전에 말이야. 

  내 말은 그냥, 너도 웃으면서 지낼 수 있었다는 거지. 

  울고 화내고 슬퍼하는 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고, 웃으면서 지낼 수도 있었다는 거지. 

  밝은 날에 걸맞은 밝은 마음으로 사랑스럽게, 온화하게, 기쁘게. 

  다시 오지 않을 그 꽃 같은 시간들을 말이야. 

  힘든 시간이 있어 비로소 오롯해진 사랑이니 어쩌니 하는, 남이 한발 떨어져서 하는 소리나 되뇌며

  사랑이 실제로 당도한 현실에서 나는 얼마나 고개를 돌렸던가. 


  좋은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 사랑이 반드시 어때야만 한다고 여길 때는, 

  상대가 옆에 있는 순간 자체의 고마움이 눈앞을 그저 스치고 지나갔다. 

  사랑이 끝났다는 사실보다 사랑할 때 순수하게 기뻐하지 못했다는 점이 더 슬프다. 


* 지금 누군가를 목마르게 사랑한다면, 그 사람 없이는 못 살겠다면, 

  언젠가 반드시 그 사람에게 실망해서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똑같은 방식으로 사랑하게 된다. 

  여자의 목마름은 타인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그런 종류의 목마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건 슬픈 일이 아니다. 정말 아니다. 목마름의 근원이 어디까지나 자신에게 있으므로, 

  헤맨만큼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내기만 한다면 여자는 결국 혼자서도 설 수 있는 생물이라 생각한다. 

  

  그 어딘가에 나만의 완벽한 누군가가, 

  언제든 열정적이고 언제든 나를 이해해주고 언제든 나를 보듬어줄 누군가가, 

  결국은 존재하리라는 환상을 깨버릴 수 있는 생물.


* 혼자 서 있을 수 있으므로 드디어 누군가에게 기댈 어깨를 내줄 수 있다. 

  상대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 안아주고, 보듬어주고, 이해해준다. 

  보듬어지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할까 두려워하고 분노하는 날들은 이미 어제가 될 것이다. 

  힘든 시간이 있어 비로소 오롯해지는 사랑이라는 말은 결국 사실일 것이다.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 사랑의 능력이 오롯해진다. 

  

  우리는 주변에서 사랑을 하는 여자들을 늘 보지 않는가. 

  여자는 사랑을 한다. 사랑을 하고 있으니 또한 점점 강해지기도 하는 것은, 단순히 시간의 문제다. 


* 아무튼 워낙 복잡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하나의 전제를 받아들여야만 이 카테고리의 논리를 수긍할 수 있는 것 같다. 그 전제는 다음과 같다. 

  '각각의 모든 영혼은 그 삶을 통해서 미리 정해진 목적을 수행해야만 한다. 그 목적이란 바로 영혼의 진화다.'

  목적을 미리 정하는 사람이 누구냐 하면, 전생의 자신이거나 신이거나 그렇다. 

  전생에 내가 어떤 잘못을 했는데 그게 왜 잘못인지 깨우치려면 이번 생엔 이런 행로를 거쳐야지, 하는 식이다. 

  다시 말해 그 전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려면 전생과 윤회를 믿어야만 한다. 상당히 험난한 산이다. 


  그렇지만 하나씩 예를 들어 생각해보면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꽤 재미가 있다. 

  남녀가 궁합을 본다고 치자. 사주상으로 보면 이 세상에 나와 궁합이 맞는 상대는 수만 수천 명이다. 

  안그렇겠는가. 지구상에 인간이 몇 명인데. 다만 인연이 있는 사람은 몇 없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아니고 '이 사람'인 것이다. 그렇지만 인연은 있어도 궁합은 안 맞을 수 있다. 


  여기서 질문, 도대체 궁합이 안 맞는 사람이랑 왜 인연이 있어야 하나요? 신의 악취미인가요?

  내가 들은 대답은 이렇다. 만나서 헤어져야 하는 인연이기 때문. 두둥.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궁합이 안 맞지만 마음이 끌린 두 사람이 

  달콤한 것도 들척지근한 것도 시고 짠 것도 겪다가 인생의 여러 면을 배우고선 눈물을 훔치며 뒤돌아서는 것이다. 

  그러고서는 그 경험으로 아마도 더 나은 인간이 되겠지. 


* 왜 화를 잘 내는 성질을 타고났냐고 하면, 분노를 조절할 수 잇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앞에 말한, 

  미리 정해진 인생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노력을 안 해도, 세세생생 분노로 인한 말썽을 겪고 겪고 또 겪으면 언젠가는 터득하게 되어 있는 운명이다. 

  다만 이번 생에서 터득할지 아닐지는 본인의 의지에 달렸다. 

  화 때문에 뼈마디가 다 녹도록 고생하고 나서 배울지, 그런 거 덜 겪고 좀 쉽고 빠르게 배울지는 본인의 노력에 따라 다른 것이다. 

  그 노력이 개운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보통은 겪어야만 정신을 차린다. 

  다시 말해 반 도사가 아닌 나 같은 보통 사람들은 노력보다는 경험으로 배우니까 그 경험이 운명이라고 볼 수 있다. 


* 엄마들은 먹을 것을 입에 넣어주는 것으로 자식들한테 사랑을 표현하는 것 같다. 

  뭐라도 해주고 싶은데 다 큰 아들한테 징그럽게 뽀뽀를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멀리 사니 자주 오라고도 할 수가 없고, 멀거니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어도 화제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고, 

  마음은 한가득인데 뾰족한 수가 없으니까, 간만에 아들이 와도 종일 부엌에 있는 것이다. 

  그만하고 여기 와서 같이 있자고 해도 잠깐만 잠깐만 하고 좀처럼 오지 않는다. 엄마들이 그렇다. 


* '결혼 후 몇 년이 지나 판에 박힌 생활에 괴로워할 때쯤, 나는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남편이 나를 이해해주는 것이 꼭 필요한지. 답은 아니라는 거였다.' 식의 문장이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 한마디로 '아님 말고'의 자유가 아닐까. 

  이해받으면 좋지만, 네가 나를 이해하지 않을 권리를 존중할게. 

  응원해주면 좋지만, 응원해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지는 않을게. 

  동의해주면 좋지만, 동의가 없더라도 나는 스스로 필요한 일을 할게. 

  그래서 내 힘으로 행복해질게. 이런 거. 

  꿈보다 해몽인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멋졌다. 


* 그런데 그날따라 그가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요새 듣는 음악이 <붉은 노을>이거든요. 알죠, 이문세 노래. 

  그걸 듣다가 자기 생각을 해요. 나한테는 이제 자기밖에 없구나 해서."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붉은 노을>.

  세상에서 남자를 가장 사랑해주는 여자는 엄마다. 처음이자 가장 깊고 가장 사무치고, 뭐라 말할 수 없는 사랑.

  사랑의 크기를 비교한다는 일 자체가 망설여지는, 모든 남자의 첫번째 여자인 엄마, 그리고…….


  <붉은 노을>에서 이문세는 이렇게 외친다. 

  '난 너를 사랑하네. 이 세상은 너뿐이야. 소리쳐 부르지만 저 대답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

   

   난 그 노래를 늘 좋아했지만 '이 세상은 너뿐'이라는 가사를 그런 식으로 들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멋들어진 함의도 대단한 비유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뜻으로.


   아내의 자리란 그런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 그게 뭐든지 네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답이 아니야. 절대 아니야.

  추워? 겨울이니까 춥지. 여기 계속 있는다고 덜 추워지진 않을 거니까 

  쓸데없이 '조금만 참으면 돼' 하지 말고, 그냥 참지 마. 뭐든 참지 마. 아무것도 참지 마. 


* 내가 관객 앞에 서며 한 가지 안 게 있다면 정말 중요한 것은 숨길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 말도, 하지 않은 말도, 표정과 손의 각도, 잠깐 끊어지는 말 사이의 공백도, 모든 것이 표현이다. 

  무의식적으로 전해지고 전해 받는다. 사소한 것들만 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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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책을 뒤적거리며 

첫 꼭지인 <아그리파>를 읽었을 때는 

이 사람 '나는 사차원이에요'를 증명하기 위해 책을 낸 것일까, 싶었는데


책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보니 

다행히도 그런류의 책은 아니었다. 

가볍고 재미있게, 귀여워하며 읽을 수 있는 내용이 많다. 


<온갖 수상쩍은 것들>, <평생의 밤>, <낡고 오래된 신혼집>, 

<오리지널리티>, <그의 애교>, <결혼의 실제 3>, <붉은 노을> 편이 특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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