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보겠습니다
백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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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의 발명은 일반적으로 '글을 쓰는 재료'의 발명이라 불리지만,
단순히 '실용적'인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라 하얀 얇은 판의 탄생이 각성시킨 '상상력'을 문제 삼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분명 종이는 미디어이다. 그러나 미디어의 본질은 실용성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이 인간의 창조성이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충동을 얼마나 자극시키고 고무시키는가 하는 점에 있다.
…… 그것을 경험한 인류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가능성에 이끌려 그 위에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었다.
* 디자인이란 차이의 컨트롤이라 할 수 있다.
* 백은 때로 '공백'을 의미한다. 색채의 부재로서 백의 개념은 그대로 부재성, 그 자체의 상징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이 공백은 '무無' 나 '에너지의 부재'가 아니다.
오히려 미래에 충실한 내용물이 가득 차야 할 '징조의 가능성'으로서 제시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백의 운용은 커뮤니케이션에서 강한 힘을 낳는다.
텅 빈 그릇에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지만 이것을 가치가 없다고 보지 않고 무언가가 들어갈 '징조'로 보는 창조성이 엠프티네스에 힘을 부여한다.
백은 이 같은 '공백' 또는 '엠프티네스'의 커뮤니케이션에서의 힘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 두뇌는 제공된 빈 그릇에 반사적으로 '답'을 넣는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사고나 발상은 '공백의 그릇'이 매개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독창성이란 엠프티네스의 각성 능력, 즉 질문의 질이다.
독창적인 질문이야말로 '표현'이라고 부르기에 적합하며 거기에는 한정된 해답 따위는 필요 없다.
그것은 이미 수많은 해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 단 한번의 화살로 반듯이 적중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라
* 요즘에는 모든 예술 전반에 '새로움', 즉 쇄신성을 높이 평가하는 풍조가 있다.
다시 한번 오해를 무릅쓰고 이에 대해 말한다면, 일본의 미의식이란 새로움을 낳는 것보다는
오히려 유지하는 쪽에서 발달된 심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재능 있는 수많은 사진가들이 앞 다투어 꽃을 촬영하는 이유는 꽃이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 대상물을 아직 아무도 포착하지 못한 이미지로서 포착하고 싶다는 충동에 이끌리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처음 꽃을 보는 듯한 신성한 감동을, 정지한 화상으로서 성취시키는 정열에 이끌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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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제목과 같다.
간결함과 섬세함을 낳는 미의식의 원점 '백'의 감수성.
백은 비어있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모든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설명은 불교적 세계관과 많이 맞닿아있다.
하라켄야는 이 개념을 일본의 병풍, 신사, 다도, 국기, 서원 등과 엮어 설명함으로써 이 개념이 굉장히 일본적인듯 포장을 하는데
사실 아시아문화권에서는 모두 공유하고 있는 개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세련되게 잘 포장하는 기술이
일본의 초밥, 젠 사상 등에 대한 서양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겠구나, 싶다.
나는 특히 '종이'에 대한 하라켄야의 주장이 흥미로웠는데
종이의 발명이 사람들의 창조성을 일깨우고 문명의 발달을 불러왔을 거라는 내용이었다.
나를 좀 더 하얀 종이에 자주 노출시켜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의 말대로 더 자주 하얀 종이를 만나면 더 자주 그것들을 채울 수 있을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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