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계속해보겠습니다

광장/구운몽 본문

Book Reviews

광장/구운몽

miao 2016. 9. 11. 10:22
광장/구운몽
국내도서
저자 : 최인훈
출판 : 문학과지성사 2014.12.31
상세보기





# 서문

* 이 문제는 먼저 이렇게 저 문제는 다음에 저렇게, 하는 식으로 처리할 수 없는 것이 인생 '문제'의 성격이다.

  그 성격에 비교적 어울리는 형식이 소설이기도 하기 때문에 

  주인공과 만난다는 것은 언제나 독자로서의 자기와 만난다는 자기 인식으로 돌아온다. 


* 우리가 인생을 모르면서 인생을 시작해야 하는 것처럼, 

  소설가는 인생을 모르면서도 주인공을 삶의 깊이로 내려보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그가 살아오는 경우 그의 입으로 바다 밑의 무섭고 슬픈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이요 

  ―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는, 그의 연락이 끊어진 데서 비롯하는, 그 밑의 깊이의 무서움을 알게 된다. 



# 광장

* 무엇인가는 언제나처럼 생각나지 않는다. 


* '사랑'이란 말 속에, 사람은 그랬으면 하는 바람의 모든 걸 집어넣는다. 

  그런, 잘못과 헛된 바람과 헛믿음으로 가득찬 말이 바로 사랑이다.


* 철학이란 물건에서 배운 것이 있었다면, 정말 알고 있는 것보다 목소리를 더 높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 몸이 없었던들, 무얼 가지고, 사람은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을 보고지라는 소원이, 우상을 만들었다면, 

  보고 만질 수 없는 '사랑'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게 하고 싶은 외로움이, 사람의 몸을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 사람은 사람의 팔자를 망치지 못한다. 다만 자기의 앞길을 망칠 뿐이다. 


* 어느 편 누구의 짓인지 그건 알 수 없다. 

  다만 참말이기는 그 짓을 한 어떤 손이 있었다는 것뿐이었다. 


* 사람은 저마다, 혼자, 이 일을 해내야 한다.


* 그는 만년필을 손에 낀 채, 두 팔을 벌려서 책상 위에 둥글게 원을 만들어, 손끝을 맞잡아봤다. 

  두 팔이 만든 둥근 공간. 사람 하나가 들어가면 메워질 그 공간이, 마침내 그가 이른 마지막 광장인 듯했다. 

  진리의 뜰은 이렇게 좁은 것인가? 


* 혼자서 운다는 일은 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의젓한 몸가짐이었다. 

  눈에 보이건 안 보이건 사람은 우상 앞에서만 운다. 멍석 없이는 못 하는 지랄도 있던 것이다. 

  이제 명준에게 남은 우상은, 부드러운 가슴과 젖은 입술을 가진 인간의 마지막 우상이었다. 


* 되지도 않는 헛소리를 받아줄 사람이, 그녀 말고는 누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그를 목메게 했다. 


* 값이 있어서만 사람이 행동하는 건 아닐세. 

  값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도 행동할 수 있어.


* 나라면 이런 내각 명령을 내겠어. 

  무릇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공민은 삶을 사랑하는 의무를 진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인민의 적이며, 자본가의 개이며, 제국주의자들의 스파이다. 

  누구를 묻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 자는 인민의 이름으로 사형에 처한다. 이렇게 말이야.


* 미친 믿음이 무섭다면, 숫제 믿음조차 없는 것은 허망하다.


* 준다고 바다를 마실 수는 없는 일. 사람이 마시기는 한 사발의 물.


* 다만, 나에게 한 뼘의 광장과 한 마리의 벗을 달라.



# 구운몽

* 이 추운 겨울날 지난날 그런 눈부신 때를 가졌다는 달콤한 추억이 없다면 그는 진작 얼어 죽었을 것이다. 


* 우리. 자유란 낱말을 사랑만큼이나 애틋이 불러봐야 하는 시대를 살아야 했던 우리.


* 공화국이 부릅니다. 자유가 부릅니다. 대답하십시오. 대답하는 것이 당신들의 의무입니다. 

  미래의 아이들이 부릅니다. 사랑이 부릅니다. 쥐꼬리보다 못한 자존심 때문에 

  애인의 부름에 선뜻 응하지 못한 죄로 아까운 사랑을 영영 놓치고 만 벗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대답이란 불렀을 때 하는 것. 지금 못 하면, 영원히 못 할 것입니다. 


* 당신들은 왜 가만히 지켜만 봅니까? 당신들은 왜 방관합니까?

 

* 당신들은 자유보다 노예를 고르십니까? 아직도 늦지 않았습니다. 


* 알고도 행하지 않은 자들의 머리통에 폭탄을 선사합시다. 

 

* 가장 가까운 싸움터로 달려가서 자유를 지키십시오.


* 그런 거 물어서 뭣해. 왔으면 됐지. 만났음 됐지. 멋없게. 

  여자란 좋아하는 남자 앞에선 멋이 없어지는가봐. 


* 지금부터 이천 년 전에, 신(神)의 아들조차도 그들에게 버림받았던 것입니다. 

  기억하십시오. 신의 아들조차 버림받았던 것입니다. 

  신의 사랑을 마다한 사람들이, 인간의 사랑을 마다한다고 당신은 노여워합니까?


* 피닉스는 다시 날까요?

  사랑이 있는 한 날 것입니다.


* 끊임없이 구애하십시다. 

  신의 아들조차 실패했는데, 우리라고 대번 수지를 맞춘대서야 너무 꿀맛이지요.

  피 흘리는 짝사랑이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좋아서 하는 예술가지요.


* 현대는 성공의 시대가 아니라 좌절의 시대며, 

  건너는 시대가 아니라 가라앉는 때며, 한마디로 난파의 계절이므로.

  다음에 현대인의 인격적 상황은 극심한 자기 분열이다.


* 신은 배게 할 뿐, 아이들의 양육을 한번도 맡는 일 없이 늘 내깔렸습니다. 


* 그런 시대에도 사람들은 사랑했을까?

  깡통. 말이라고 해? 끔찍한 소릴? 부지런히 사랑했을 거야. 미치도록. 그 밖에 뭘 할 수 있었겠어.




1. 

광장 / 구운몽을 처음 읽었을 때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왜 그런지 몰랐는데 이번에 다시 읽다보니 

이 소설에서 '시대성'을 드러내도 전혀 이질감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광장과 밀실이라는 상징, 혁명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의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온 혁명과 민주주의 등등.

헬조선을 등지고 중립국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까지 지금과 다르지 않다. 



2. 

정선생과의 만남에서 한국의 정치를 설명하는 이명준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도둑질하러 광장에 나선 정치인들과 그들에 조력하는 자본가들의 모습이 지금과 전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50년이 넘는 시간동안 수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무색하게 엉망인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3. 

이명준의 두 여자. 

윤애와 은혜를 보면서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터부의 벽 뒤로 숨는 윤애와, 

사랑 앞에 용감한 은혜 중 나는 어떤 여자인가를 생각했다. 


나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던걸까. 

그리고 사람들은 왜 두려움을 느끼고, 또 어떻게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일까.

 


4.

이 작품이 계속 읽히는 이유 중 하나는

이데올로기를 소재로 삼고 있지만 결국엔 '사랑'을 말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데올로기 문제에서 '사랑'을 해답으로 내세운다는 것이

감정적으로, 또는 문제에 대한 회피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결국엔 답을 낼 수 없는 문제에서는 정말 사랑이 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두 팔이 만든 둥근 공간의 광장. 그리고 단 한 사람. 

정말 그정도면 충분할지도 모르겠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 

'Book Review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쇼코의 미소  (0) 2016.09.11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0) 2016.09.11
스타트업, 서비스를 디자인하다  (0) 2016.08.14
린 UX  (0) 2016.08.09
좋아서 웃었다  (0) 2016.08.08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