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보겠습니다
쇼코의 미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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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코의 미소
*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
쇼코를 생각하면 그애가 나를 더이상 좋아하지 않을까봐 두려웠었다.
* 당시에 내게 중요한 건 오로지 의미였다.
* 내가 생각했던 할아버지는 그저 그의 일부분일 뿐이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물리적인 시간으로 따져도 나는 그의 삶의 5분의 3을 알지 못한다.
* 너 말이다. 이런 말은 처음 해보는데.
나는 네가 이렇게 큰 사람이 될 줄은 몰랐다. 서울에 가서 공부도 하구 영화감독도 되구.
힘든 대루 손 벌리지 않고 네 힘으로 살구. 까짓것 다 무시하면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살지.
난 그거, 멋지다고 본다.
* 할아버지는 평생 좋은 소리 한 번 하는 법 없이 무뚝뚝하기만 했는데 그게 고작 부끄러움 때문이었다니.
죽음에 이르러서야 겨우 부끄러움을 죽여가며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걸 사내답지 않다고 여기며 깔보던 시대에 태어난 사람이었다.
가끔씩 그런 통제에도 불구하고 비어져나왔던 사랑의 흔적들이 있었다.
# 신짜오, 신짜오
* 시간이 지나고 하나의 관계가 끝날 때마다 나는 누가 떠나는 쪽이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생각했다.
어떤 경우 나는 떠났고, 어떤 경우 남겨졌지만
정말 소중한 관계가 부서졌을 때는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알 수 없었다.
양쪽 모두 떠난 경우도 있었고, 양쪽 모두 남겨지는 경우도 있었으며,
떠남과 남겨짐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았다.
* 이제 나는 사람의 의지와 노력이 생의 행복과 꼭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엄마가 우리 곁에서 행복하지 못했던 건 생에 대한 무책임도, 자기 자신에 대한 방임도 아니었다는 것을.
#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 엄마는 그후로도 죽은 개의 마음으로 이모를 바라보곤 했다.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두를 잃고 나서도 더 잃을 것이 남아 있던 이모의 모습을.
* 엄마는 이모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그렇게라도 보여주고 싶었다.
*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일들을 없었던 것처럼 쉽게 쉽게 묻어버리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건지.
그래서 그 앞에는 뭐가 있는 건지.
그 앞에 뭐가 있기에 사람이 사람에게 저지른 짓들을 없었던 일인 것처럼 잊은 채 살아가야 하는 건지.
* 크게 싸우고 헤어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주 조금씩 멀어져서 더이상 볼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후자다.
# 한지와 영주
* 그는 신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사랑뿐이라고 믿었다.
* 지금도 그렇기는 하지만 최선을 다할 뿐,
그 최선이 항상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배워나가는 중이라고 했다.
* 나는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에서도 할 수 없는 말들을 한지에게 했고, 그 이야기는 그애에게만 속해 있다.
* 불교 신자였던 할머니는 사람이 현생에 대한 기억 때문에 윤회한다고 했다.
마음이 기억에 붙어버리면 떼어낼 방법이 없어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는 법이라고 했다.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이 죽거나 떠나도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라고,
애도는 충분히 하되 그 슬픔에 잡아먹혀버리지 말라고 했다.
안 그러면 자꾸만 다시 세상에 태어나게 될 거라고 했다. 나는 마지막 그 말이 무서웠다.
* 시간은 지나고 사람들은 떠나고 우리는 다시 혼자가 된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기억은 현재를 부식시키고 마음을 지치게 해 우리를 늙고 병들게 한다.
# 먼 곳에서 온 노래
* 나는 우리 노래가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었다고 생각해.
나만은 어둠을 따라 살지 말자는 다짐. 함께 노래 부를 수 있는 행복. 그것만으로 충분했다고 생각해.
* 네가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네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 노래는 끝났고, 우리에게는 선배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시간이 남아 있었다.
# 미카엘라
* 그 시절은 갔지만 여자는 미카엘라에게서 받은 사랑을 잊지 못했다.
세상 사람들은 부모의 은혜가 하늘 같다고 했지만 여자는 자식이 준 사랑이야말로 하늘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미카엘라가 자신에게 준 마음은 세상 어디에 가도 없는 순정하고 따뜻한 사랑이었다.
* 그 부분에 있어서 그는 누구보다도 근면한 사람이었다.
그가 하는 일들이 돈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를 무능하고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단죄할 수는 없었다.
* 그녀 또래의 이들은 함께 힘을 모아 무엇 하나 바꿔보지 못했다.
* 이 노인은 얼마나 여러 번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렸을까.
여자는 노인들을 볼 때마다 그런 존경심을 느꼈다.
오래 살아가는 일이란,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오래도록 남겨지는 일이니까.
그런 일들을 겪고도 다시 일어나 밥을 먹고 홀로 길을 걸어나가야 하는 일이니까.
*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오래도록 울고 나니 그들이 없는 삶과 그들이 여자에게 남겨놓고 간 세상이 남았다.
그 모든 것들이 여자에게는 소중했다.
여자는 여자 안에 여전히 살아 있는 그들에게 보다 좋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고, 전보다 나아진 자신을 보여주고 싶었다.
슬픔으로 깨끗해진 마음에 곱고 아름다운 것들만 비춰 보여주고 싶었다.
* 아이들은 누구나 저들 부모의 삶을 지키는 천사라고 여자는 생각했다.
누구도 그 천사들을 부모의 품으로부터 가로채갈 수는 없다. 누구도.
# 비밀
* 허나 딸이 오늘 같은 수모를 당하는데도 침묵하고 있던 것이 현명한 일이었을까.
딸을 지켜주지 못해서 금쪽같은 손녀까지 상처 입지 않았나.
* 말자는 지민의 손을 잡고 병원 바깥으로 걸어갔다. 지민이 울 때면 말자는 그 애와 같이 산보를 했다.
바깥공기도 쐬고, 변하는 풍경도 보고 하면 서러운 마음이 잦아든다는 것을 말자는 알았다.
말자는 지민이 서러움을 모르는 아이로 살기 바랐다.
흘릴 필요가 없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으면,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겪지 않았으면 했다.
삶에 의해 시시때때로 침해당하고 괴롭힘당하지 않기를 바랐다.
지민은 삶을 견디는 사람이 아니라 삶을 기꺼이 누리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 너가 어른 되면 남자고 여자고 없다.
너가 여자여서 안 된다는 소리 듣거들랑 무식한 소리구나 하고 비웃어버려.
너는 뭐든 다 되고 뭐든 다 할 수 있다. 너 땐 남자구 여자구 마음 바른 사람이 잘 살 거여.
* 힘든 일도 있겠지만 너라면 잘 이겨낼 수 있을 거야, 네 몫의 행복을 누리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야.
여기 저기서 추천 책으로 자주 눈에 띄어서 눈여겨 보고 있던 책이었는데
읽고나니 과연 그럴만했다.
단편 한 편, 한 편이 좋았고
왠지 모르게 슬픈 느낌에 여운이 많이 남았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읽다보면 자꾸 울고싶어지는 바람에 곤혹스러웠다.
가장 좋았던 이야기는
<미카엘라>와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비밀>.
많은 이야기들이 미묘한 이유로 누군가와 멀어지게 된 이야기 또는 누군가를 잃게 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 안에는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과 사랑도 담겨있었다. 그래서 더 슬프고 그래서 더 여운이 남았던 것 같다.
할머니가 그립고, 엄마가 많이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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