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보겠습니다
5년 만에 신혼여행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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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로 무언가를 때려치우거나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면서 정체성을 쌓아오지 않았나 싶다.
* 내가 건강하고 활기 넘치는 감정 상태로 있어야 아내도 사랑하고 부모님도 사랑할 수 있다.
남을 사랑하는 일에도 에너지가 든다.
* 인생은 자기 인생을 걸고 도박을 하는 순간부터 어른이 된다.
그러지 못하는 인간은 영원히 애완동물이다.
* 인생에는, 부잣집에서 태어났건 아니건 간에,
그리고 부모가 뭐라 하건 간에,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을 벌여야 할 때가 반드시 찾아온다.
* 왜 이런 미친 짓거리가 사라지지 않을까?
내 생각에 그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이 미친 짓거리에 협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세대가 미친 짓거리의 뼈대를 세우고, 신세대가 거기에 살을 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 미친 짓거리는 온 사회 구성원이 거기에 협조하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점점 더 강화될 뿐이다. 사교육이나 학벌 같은 문제가 그렇다.
언제나 더 똑똑하고 더 진보적인 다음 세대가 자신들의 앞 세대보다 더 미쳐 있었다.
그들은 새로운 관습과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편견과 새로운 속박을 만들어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명문대와 똥통대'라는 기준을 세웠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거기에 '인서울', '수도권', '지방대'라는 기준을 추가했다.
손자 손녀들은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 국숭세단 광명상가' 어쩌고 하는 긴 디테일을 만든다.
* 아마 정체성 문제에 관한 한, 한국인들이 정신적으로 허약해서라고 생각한다.
자기 삶의 가치에 대해 뚜렷한 믿음이 없기에 정체성을 사회적 지위에서 찾는 것이다.
* 마치 세상의 모든 작은 즐거움들이 상황에 따라 논리를 바꿔가며 나를 살리려 애쓰는 것 같다.
* 사람들은 멍해지려고 그런 이들을 하는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하건,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마음을 피로하게 만든다.
생각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대신 괴로움에 빠뜨린다. 이것이 선악과(善惡果)의 정체다.
* 우리가 맺어진 데에는 우연이 크게 작용했다. 우리는 우연의 허락을 받고 사귀게 되었다.
*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부모의 사랑보다는 부모의 성실함이라고 생각한다.
*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성실함의 양은 초인적인 수준이고,
그런 초인적인 성실함은 사랑이 없으면 발휘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 자유란 둘에 둘은 넷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 <1984>의 주인공 스미스의 생각
* 인간은 가치를 좇는 존재다. 그리고 가치를 좇는 행위 자체가 세상에 폭력적인 질서를 부여한다.
* 내 생각에 결혼의 핵심은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지키겠다는 선언에 있었다.
그 선언을 더 넓은 세상에 할수록 우리의 사랑은 더 굳건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예식은 거부하되 혼인신고는 했다. 우리는 국가를 향해 선언했다.
이 약속을 어기게 되면 그 상처가 반드시 어느 국가 서류에 흔적을 남기게 만들었다.
UN이 혼인신고를 접소했다면 UN에 했을 것이다.
* 남은 인생이 행복한지 불행한지 알기 위해서는 살아보는 수밖에 없다.
* 이게 나의 행복 철학이다. 정신, 육체, 돈의 삼각형 이론.
* 결혼이라는 약속은 사회적으로, 또 개인적으로도 상당한 구속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갈등을 무마시키는 힘이 있다.
그럴 때면 사소한 싸움도, 물이 바다로 돌아오는 과정처럼 보인다.
'칼로 물 베기' 어쩌고 하는 속담도 그래서 나온 것이리라.
* 허구라는 건 정말 굉장하다. 우주 몇십 개를 새로 만들어내는 데에도 별 힘이 들지 않는다.
다만 그런 허구가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려면 형식적이면서도 실체적인 종지부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멋진 허구가 개별성을 얻지 못한 다른 허구와 섞이고, 흐려지다가 이내 사라져버린다.
* 그 이야기는 내 인생에서 틀림없이 좋았던 부분을 틀림없이 좋은 것으로 지켜준다.
그게 이야기의 힘이다. 그 힘을 얻고 싶어 이 에세이를 쓴다.
보통 내가 작가들의 에세이를 읽는 순서는
시/소설과 같은 작품을 먼저 접하고 작품이 좋았을 경우 작가가 쓴 에세이를 읽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장강명의 경우 아직 장강명의 소설을 한권도 읽어보지 않았으나
Yes 24에 책을 사러 갔다가 표지와 제목에 끌려 충동적으로 담게 된 책이라 하겠다.
5년만에 보라카이로 다녀온 신혼여행기인데,
부부 두 명의 캐릭터가 재미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보라카이 여행에 대해 대리만족을 하기도 했고
결혼 제도, 한국 사회의 미친 짓거리들, 행복 철학, 이야기의 힘 등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다음엔 그의 소설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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