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보겠습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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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세상에 인간이 이렇게 득시글한데 똑같이 생긴 자는 한 명도 없다. 얼굴이란 도구는 대체로 형색이 정해져 있다. 크기도 엇비슷하다. 다시 말해 인간은 모두 같은 재료로 만들어졌는데 한 사람도 똑같게 완성되지 않았다. 그렇게 간단한 재료로 이렇게 다양한 얼굴을 고안한 제작자의 기량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 맞지 않는 양복을 억지로 입고 다니면 솔기가 터져. 싸움을 벌이고, 자살을 하고, 소동을 피우고 말이야. 하지만 자네는 말만 세상살이가 재미없다고 할 뿐 자살은 물론 싸움 한 번 한 적이 없지 않은가. 그러니 괜찮은 편일세.
* 적극적으로 아무리 해봐야 만족이란 영역과 완전이란 경지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지. 저기 노송나무가 있는데, 나무가 시야를 가린다고 베어 버리면, 그 너머에 있는 하숙집이 눈에 거슬리겠지. 그래서 하숙집을 철거하면 그다음 집이 또 눈에 거슬리고. 그런식으로 확대해 나가다 보면 끝이 없어.
* 그래봐야 인간인데, 얼마나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관철할 수 있겠는가.
* 인간에 대한 모든 연구는 즉 자기 자신을 연구하는 것이다. 천지와 산천과 일월과 성신이 모두 자기 자신의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무도 자신이 아니면 달리 연구할 대상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 마음을 어디에 둘 것인가. 적의 움직임에 마음을 두면 적의 움직임에 마음을 빼앗길 것이요, 적의 칼에 마음을 두면 적의 칼에 마음을 빼앗길 것이요, 적을 베려 함에 마음을 두면 적을 베려 함에 마음을 빼앗길 것이요, 내 칼에 마음을 두면 내 칼에 마음을 빼앗길 것이요, 내가 칼에 베이지 않으려 함에 마음을 두면 베이지 않으려 함에 마음을 빼앗길 것이요, 사람의 자세에 마음을 두면 사람의 자세에 마음을 빼앗길 것이니, 이렇게 사람은 마음 둘 곳이 없다고 되어 있다.
* 다만 몇 번을 다시 생각하고, 어떤 과정을 어떻게 거치든 끝내는 <아,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은 분명하다.
* 허망한 일을 허망한 일인 줄 알면서도 기대할 때는 머릿속으로 그 기대만을 상상하면서 꼼짝 않고 얌전히 있는 것이 상책이다. 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원하는 바와 실제가 일치하는지 안 하는지 기어코 확인해 보고 싶어진다. 실제로 해보면 실망할 게 뻔한 일조차, 그 실망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전에는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 인간의 정의 운운하자면 다른 말이 필요 없다. 그저 공연한 일을 만들어서 스스로 괴로워하는 존재라고 하면 충분하다.
* 인간은 개성의 동물이다. 개성을 몰살하면 인간을 몰살하는 것이나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인간의 의의를 완전케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가를 치르는 한이 있어도 이 개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발달시켜야만 한다.
* 저는 이 세상에서 사랑과 아름다움만큼 존엄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사랑과 아름다움이 있는 덕분에 위로를 얻고 완전할 수 있고 또 행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 따라서 적어도 인류가 지구에 존재하는 한 부부와 예술은 절대 사라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읽는 이들이 지극히 적지 않은가. 적을 수밖에. 그런 작품은 그런 개성을 지닌 사람이 아니고는 읽어도 재미있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지.
* 우리는 자유를 원했고, 그리고 자유를 얻었어.
* 늘 태평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을 두드려 보면 어디에선가 슬픈 소리가 난다.
* 어차피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목숨이다. 무슨 일이든 목숨이 붙어 있는 동안 해볼 일이다.
* 평온함은 죽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고양이의 시선으로 살펴 본 인간의 삶.
사람들은 가끔 이렇게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의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고 싶어하고,
인간을 비웃고 깔보는 시선을 즐기는 것 같다.
적지 않은 분량에 중간 중간 잘 읽히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
킬킬 거리며 읽게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다 읽고 났을 때는 마음에 조금의 공간이 생긴듯한 느낌이었다.
그냥 이렇게 조금 어리석게, 조금 우스꽝스럽게, 그리고 친구들과 더불어 사는거지 뭐.
이런 생각이 가능한 건
어느 정도 죽음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들고
'늘 태평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을 두드려보면 어디에선가 슬픈 소리가 난다'는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이름도 없는 고양이로 2년 남짓 살면서 인간을 마음껏 관찰하고 비웃다 결국엔 물에 빠져 죽는 고양이의 삶도 여운이 많이 남는다.
새삼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만 빼고 고양이 다 있어, 나만 없어, 라는 생각과
고양이라는 종에 대해 더 친근한 마음이 생겼다.
(고양이라는 종은 진짜 이렇게 인간을 관찰하며 비웃고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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