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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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야, 로제. 이따금 좀 외롭고, 늙은 것 같고, 당신 뜻을 따르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나는 행복해."
"당신 행복해?"
"그래."
로제는 길게 몸을 뻗었다. 그녀가 자기 입으로 "나는 행복해."라고 말했다. 그러자 하루 종일 그를 쫓아다니던 그 고통스러운 질문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가 바란 것은 그뿐이었다.
* "그리고 당신,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이 죽음의 이름으로, 사랑을 스쳐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 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 형을 선고합니다."
그는 말을 멈추고는 포도주를 한 모금 길게 마셨다. 폴은 반박하지 않았다.
"무시무시한 선고로군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가장 지독한 형벌이죠. 저로서는 그보다 더 나쁜 것, 그보다 더 피할 수 없는 것을 달리 모르겠습니다. 제겐 그보다 더 두려운 게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겁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입 밖에 내어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는 때때로 고함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나는 두려워, 나는 겁이 나, 나를 사랑해줘 하고 말입니다."
* 머리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녀에게 생기를 주고 표정을 바뀌게 하는 유일한 얼굴이었다. 한 여자의 삶에 세 동반자들이 있었다는 것, 그것도 모두 좋은 동반자들이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하지 않은가?
* 그녀의 집중력은 옷감의 견본이나 늘 부재중인 한 남자에게 향해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자아를 잃어버렸다. 자기 자신의 흔적을 잃어버렸고 결코 그것을 다시 찾을 수가 없었다.
* 아무튼 경험이란 좋은 것이다. 좋은 지표가 되어준다.
* 그는 잘못 알고 행복해하기보다는 제대로 알고 불행해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 시몽이 그녀에게 가져다준 것은 완벽한 어떤 것, 적어도 어떤 것의 완벽한 절반이었다. 이런 일은 혼자가 아니라 둘이어야 완벽하다는 것을 그녀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 그녀를 행복하게 해 주고 그 자신도 행복해지리라.
* 그랬다, 그녀에겐 그가 필요했다. 인색하게 겨우 열흘 동안 함께 지내자고 제안하는 대신 완벽하게 자신을 보호해 주었으면 싶었다.
* "나는 그걸 문제 삼고 있는 게 아냐. 오히려 당신이 그것을 문제 삼지 않게 하려는 거야. 당신은 당연히 내게 그런 일을 감추고 싶겠지. 하지만 내게 그런 걸 감출 필요가 없어. 나는 어린애가 아냐, 폴. 내게는 당신을 이해할 능력도, 당신을 도울 능력도 있어. 알다시피 난 지금 당신과 함께 있어서 무척 행복해. 하지만 내가 바라는 건 그 이상이야. 난 당신도 나와 함께 있어서 행복했으면 좋겠어. 지금 당신은 행복해지기에는 지나치게 로제에게 집착하고 있어. 당신은 우리의 사랑을 우연한 것이 아니라 확실한 그 무엇으로 받아들여야 해. 내가 그렇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이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 "알다시피 나는 경솔한 사람이 아냐. 나는 스물다섯 살이야. 당신보다 먼저 세상으르 살진 않았지만, 앞으로 당신이 없는 세상에선 살고 싶지 않아. 당신은 내 인생의 여인이고, 무엇보다도 내게 필요한 사람이야. 나는 알아. 당신이 원한다면 내일이라도 당신과 결혼하겠어."
* 여자들은 그랬다. 여자들은 모든 것을 요구하고 모든 것을 다 내주는 것처럼 보여서 완전히 마음을 놓게 만든 다음, 어느 날 정말 하찮은 이유로 떠나 버린다.
* 사강의 작품이 강조하는 것은 사랑의 영원성이 아니라 덧없음이다. 실제로 사랑을 믿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한다. "농담하세요? 제가 믿는 건 열정이에요. 그 이외엔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사랑은 이 년 이상 안 갑니다. 좋아요. 삼 년이라고 해 두죠." / 작품해설 中
몇년 전에 읽었을 때는 크게 감흥이 없는 멜로드라마로 읽었었는데 이번에는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으로 읽었다.
문장이 너무나 잘 읽혔고, 기다림에 지쳐가는 폴의 심리 묘사가 아주 적확해서 이런 점이 사강의 매력이구나,를 알게되었다.
로제로부터 지쳐가는 폴에게 완전 감정이입하며 읽었는데
결국엔 폴이 다시 로제에게로 돌아가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안돼, 폴. 시몽을 선택해! 시몽이야!'라고 응원했다.
내가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가 시몽같은 사람이길!
더 이상 로제같은 사람은 만날 자신이 없다.
사강은 어떻게 스물 네 살에 이런 인물들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었을까.
그녀는 어떤 종류의 기다림을 경험한 것일까.
나를 오랫동안 기다림에 방치하고 무력하고 수동적인 느낌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든 그에게 이 책을 읽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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